대상관계치료(Object Relations Therapy) 사례 개념화 실제 치료 예시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은 정신분석 이론 중 하나로, 대상관계이론에서 ‘대상’(Object)이란, 주로 어린 시절 주요 양육자(부모 등)와의 경험에서 형성된 내면화된 관계를 말합니다. 사람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특정한 감정, 자신에 대한 느낌, 상대방에 대한 인식을 축적해 ‘내적 대상 표상(Internal Object Representation)’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 후 이러한 ‘내적 대상’이 현재의 대인관계 패턴, 자기개념, 감정조절 방식을 크게 좌우한다고 봅니다.
대상관계치료에서는 내담자가 세운 무의식적(또는 전의식적)인 ‘내적 대상’이 현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왜곡된 관계 경험이 어떻게 반복되는지를 탐색합니다. 치료자는 내담자와의 관계(전이-역전이 반응)를 통해 과거의 대상관계가 현재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더 건강한 관계방식을 형성하도록 돕습니다. 다음은 가상의 예시를 통해 대상관계치료의 사례 개념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개념화(예시)
1. 내담자 배경 이름: 김혜진(가명), 30대 중반 여성
2. 호소 문제: 대인관계에서 반복되는 불안정성과 갈등, 감정기복이 심함. 연인관계에서 상대방을 지나치게 이상화했다가 사소한 계기로 심하게 비난하거나 분노 표현을 함. 직장에서도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느낌.
3. 과거사(력): 어린 시절 부모가 잦은 갈등과 냉담함을 보임. 어머니는 감정적으로 예측 불가능했으며, 아버지는 무관심한 편이었음. 어린 시절 애정 어린 돌봄보다 비난과 거부 경험을 더 많이 가짐. 이로 인해 “나는 버림받을 존재”, “상대방은 예측 불가능하고 나를 상처 줄 수 있다”라는 무의식적 신념을 갖게 되었을 가능성이 큼.
4.문제 원인(대상관계적 측면)
- 이상화와 평가절하(분열, splitting): 부모의 일관성 없는 양육 태도가 내면화되어, ‘완벽하게 좋은 대상’과 ‘완전히 나쁜 대상’의 이분법적 인식을 갖게 됨. 가까워지고 싶은 욕구와 동시에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함께 존재함.
- 자기-대상 경계의 모호성: 타인이 조금만 거리를 두거나 비판하면, 곧바로 자신이 ‘버림받을 것’이라고 해석하고 과민 반응을 보임.
- 감정 조절의 어려움: 어린 시절부터 적절한 안정감(holding environment)를 제공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기 감정에 대한 통합 능력이 떨어지고, 분노나 두려움이 쉽게 터져 나옴.
5. 치료 목표: 내담자의 과거 대상관계(특히 어린 시절 양육자와의 관계)가 현재의 관계 패턴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게 함. 좋고 나쁨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에서 벗어나, 타인과 자신에 대해 더 통합된 시각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치료자와의 관계(전이)를 안전한 환경에서 탐색함으로써, 안정성을 경험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기른다. 반복되는 갈등과 상처받는 패턴 대신, 건강한 애착과 자기를 돌보는 방식을 학습하게 한다.
실제 치료 예시
아래 시나리오는 대상관계치료에서 다룰 수 있는 전이와 역전이, 감정 다루기, 분열 현상을 예시로 든 것입니다.
1. 초기 단계 (1~4회기) 목표: 라포(rapport) 형성, 내담자의 배경 이해, 치료적 동맹 형성
T1: “혜진 님이 최근에 겪은 어려움이 무엇인가요?”
C1: “회사에서 동료가 제게 충고를 했는데, 순간 ‘저 사람도 날 무시하네’ 싶어서 분노가 치밀었어요. 왜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는지 모르겠어요.”
T2: “분노가 빠르게 올라오고, 그 뒤에는 어떤 감정들이 따라오나요?”
C2: “너무 수치스럽고, 억울하기도 하고, 제 자신이 초라해진 것 같죠.” 치료자는 현재 문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감정에 대한 기본적인 공감을 표현합니다. 내담자가 ‘무시당했다’고 인식하는 이유나, 그 이면에 있는 감정(수치심, 두려움 등)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 합니다.
T3: (과거사 탐색)“예전에 가족들과 관계가 어땠는지 궁금해요. 어린 시절에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나요?”
C3: “어머니가 매번 기분이 들쑥날쑥하셨고, 저는 그때마다 뭐가 잘못됐는지 긴장해야 했어요. 아버지는 별 관심이 없었고요. 그래서 제가 잘못했거나, 엄마가 언제 화를 낼지 몰라 항상 불안했던 것 같아요.” 과거 양육 환경과 현재 감정 반응 사이의 관련성을 탐색합니다.
2. 중기 단계 (5~15회기) 목표: 전이-역전이 작업, 내담자의 내적 대상 표상 인식 및 통합, 감정 조절 능력 향상
1) 전이(Transference) 작업:
C1: (어느 날 세션 늦게 도착하며) “진짜 저 기다리게 하시려고 그러신 거 아니에요? 저를 일부러 시험하시는 것 같아요.”
T1: (놀라지만 차분하게) “제가 늦었다고 느끼셨군요. 지금 제게 무시당했다는 기분이 드세요?”
C2: “네,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치료자님도 제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 여기서 내담자는 치료자에게 어머니와의 과거 경험에서 느꼈던 감정을 다시 투사(투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치료자는 과거 대상관계가 현재 ‘치료자-내담자’ 관계에서 어떻게 재현되는지(전이)를 인식하고, 직면시키면서 동시에 안전감을 제공해야 합니다.
2) 치료자의 반응(역전이)에 대한 탐색:
만약 치료자가 스스로 ‘거부감’ ‘죄책감’을 느낀다면, 이는 치료자 안에 내담자가 유발한 감정(역전이)일 수 있음. 치료자는 이를 인식하고, (1) 내담자의 경험을 공감하며 (2) 건강한 경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예) T: “지금 혜진 님이 저에게 분노와 서운함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동시에 저는 혜진 님이 상처받은 아이처럼 느껴져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요. 이런 감정이 우리 사이에서 오가고 있다는 걸 함께 살펴봐요.”
3) 분열(splitting) 다루기:
C1: “그동안 상담 잘 해주시나 했더니, 역시 저를 무시하시네요. 이제 믿을 수 없을 것 같아요.”
T1: “지금 제게 실망하셨고, ‘좋았던 치료자’가 ‘나쁜 치료자’로 느껴지나 봐요. 가끔 저도 실수할 수 있고, 혜진 님이 원하는 만큼 완벽하게 맞출 수 없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함께 이런 순간을 이야기하며, 전부 나쁘다, 전부 좋다고 단정짓지 않고 어떻게 같이 해결할 수 있을지 탐색해 봅시다.”
: 치료자는 내담자가 ‘좋음’과 ‘나쁨’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기제를 자각하도록 돕고, 관계가 단절되지 않고 지속될 수 있음을 지지합니다.
3. 후반 단계 (16회기~종결) 목표: 통합적 자아 기능 강화, 새로운 관계 패턴 내재화, 종결에 대한 대비
- 감정 표현 및 통합: 내담자는 점차 세션에서 “아, 내가 또 예전처럼 상대방을 나쁜 존재라고 단정 지으려 하고 있구나”라고 스스로 자각하기 시작함. 치료자는 “그런 점을 알아차리셨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제 상황이 달라져도, 예전처럼 ‘완전히 버림받았다’고 느끼기보다는, ‘아, 나도 실수가 있을 수 있고 상대도 실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됐네요”라고 피드백함.
- 관계 패턴 변화: 내담자는 회사 동료나 가족과의 갈등 상황에서 이전보다 덜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보고함. 치료자는 이를 긍정적으로 강화하고, “대상을 통합적으로 볼 수 있다는 건, 혜진 님이 좀 더 성숙해진 관계 방식을 체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작은 갈등이 생겨도 곧바로 무시당한다는 느낌으로 확산되지 않고, 적절히 말로 표현하고 상황을 조율하려고 하시니, 정말 큰 변화로 보입니다.”라고 칭찬함.
- 종결 및 미래 전망: 효과적인 대상관계치료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내담자의 역량이 향상되었다면, 종결을 논의하기 시작함. 종결 전 내담자는 “아직도 완벽하진 않지만, 이제는 누군가와 갈등이 생겼을 때 더 이상 ‘내가 전부 잘못했다’ 혹은 ‘상대가 전부 잘못했다’로 치닫지 않아요. 제 안에서 여러 감정을 함께 살펴볼 수 있게 되었거든요.”라고 이야기함. 치료자는 “앞으로도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 예전 패턴이 다시 올라올 수 있어요. 그럴 때 지금까지 배운 ‘내 안의 감정 인식, 통합, 표현 방식’을 활용해 보세요. 필요하다면 언제든 다시 찾아오셔도 좋습니다.”라고 안내하며 종결 과정을 마무리함
4. 요약 및 시사점 :
김혜진 씨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일관성 없는 돌봄과 감정적 거절로 인해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함께 대상을 이상화-평가절하(분열)하는 패턴을 내면화했다. 이러한 내면화된 대상관계가 성인기에도 반복되어, 대인관계 갈등 및 감정 폭발이 이어졌다.
- 치료적 핵심: 대상관계치료는 내담자가 어린 시절 형성된 ‘내적 대상’을 자각하고, 치료자와의 관계(전이)를 안전하게 경험함으로써 과거의 부정적/이분법적 인식을 재구성하도록 돕는다.
- 전이-역전이 작업: 내담자가 치료자를 부모(또는 과거의 거부했던 대상)처럼 느끼면서 분노나 실망을 투사할 때, 치료자는 이를 공감적으로 인정하면서도 확고한 안정감을 제공해야 한다. 치료자 또한 역전이를 적절히 관리함으로써 치료적 관계의 ‘안전기반’을 마련한다.
- 관계의 통합성 향상: 내담자가 타인과 자기 자신을 ‘모두 좋은 점과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게 되는 과정이 핵심이다.
대상관계치료는 시간과 노력을 요하지만, 내면화된 부정적 관계 패턴을 변화시키고, 보다 통합적이고 성숙한 대인관계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위 사례는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예시이며, 실제 임상에서는 각 개인의 발달사, 가족 환경, 현재 삶의 맥락 등을 더 풍부하게 고려하여 접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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